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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수행

“걷고 서고 앉고 눕고, 말할 때나 침묵할 때나,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언제 어디에서나 걸림 없는 이것은 무엇인가?”

– 선의 나침반

참선(명상)

처음 명상을 하러 오면, 먼저 차분하고 편안하게 중심을 잡습니다. 이렇게 하면 몸, 말, 마음의 습관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참선을 하다보면, 우리가 실로 어떠한 존재이며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올바르게 수행하면 점차 일상을 완전히 다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나와 남에게 유익한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 헤쳐나갈 능력이 커지게 됩니다.

참선 수행은 일반적으로 여러 도반들과 같이 하는 것을 우선 권하며 좌선, 절하기, 염불, 걷기, 공안 인터뷰 등 몇가지 형태를 모두 아우릅니다.

이러한 방식들을 종합하여 매주 모여서 하는 수행시간, 수련회, 안거, 또는 집에서 하는 수행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참선을 처음 하는 분이나 다른 명상을 해본 분들도 모두 환영입니다.

좌선(앉기 명상)

한국과 중국 전통 불교에서, 참선은 출가한 스님만 하던 수행법이었습니다. 일년에 최소 6개월씩 안거기간에 했지요. 오늘날 참선 수행자의 대다수는 직장과 가정이 있는 일반인입니다. 참선을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현대 선불교에서는 ‘마음의 좌선’을 가르칩니다.

마음의 좌선이란, 일상생활을 해나가면서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순간 뭘 하고 계신가요? 찰나 찰나, 내 의견과 조건, 상황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무언가를 할 때는 오직 할 뿐입니다. 맑고 온전한 행동을 함은 이미 세상을 돕는 일입니다. 이게 일상의 참선입니다.

절하기

절을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뜻입니다. 육신을 움직이면서 몸 · 호흡 ·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며, 생각을 끊어내고 순간 순간의 행동이 분명해집니다. 이따금 몸이 여기 있어도 생각은 다른 곳으로 가기 일쑤인데, 절을 하면 몸과 마음이 찰나찰나 올바른 상황과 관계에서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108배를 하면, 마음의 낡은 습관을 버리고 하루를 맑고 상쾌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108이란 숫자는 마음의 장애를 상징하는 숫자인데, 108배를 함으로써 마음이 분명해지고, “업(業)”이라고도 하는 습관의 에너지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분노, 원한, 공포 등 강렬한 감정을 다스릴 때에도 절이 굉장히 유용합니다. 꾸준하게 절을 하다보면 단전이 점차 강해지면서, 감정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믿으며, 맑고 기운차게 기능할 수 있게 됩니다. 절을 많이 하다보면, “누가 절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절을 하는 자(者)를 인지하면, 수행이 본인은 물론 모든 존재를 돕게 됩니다.

절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다면, 선 채로나 앉아서 두손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는 절을 해도 훌륭한 수행이 됩니다. 진정한 절 수행은 몸보다는 마음으로 절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염불(챈팅)

참선에서 염불(챈팅 수행)이란, 나와 같이 염불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목탁/종소리에 집중하여 같이하며 하나가 되는 수행입니다. 박자 · 속도 · 음정을 따라가면서 음소 하나하나를 또렷이 발음합니다. “오직 할 뿐”으로 수행합니다. 염불의 원문이 되는 불교 경전이 있을 때도 있지만, 글자의 뜻을 모른다고 연연하지 마세요. 주의를 기울여 진실하게 계속 외우다 보면, 언젠가는 의미를 스스로 체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제대로 염불하면 시비를 걸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떤 견해도 붙들 필요가 없어 마음이 밝아집니다. 염불은 감정을 소화하기에도 훌륭한 수행입니다. 

슬프거나 짜증날 때 염불하면 마음에 위안과 힘을 얻어서,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납니다. 집에서 혼자 염불하거나 여럿이 같이 할 때나, 오직 할 뿐으로 소리를 또렷이 내어보세요. 또 “누가 염불을 하고 있나?” 바라보세요. 이게 참선 염불의 방향입니다.

(제자) 열반이란 무엇입니까?
(숭산 선사) 열반? 함께 같이 행동하는 것이 열반이다.

걷기 명상

걷기 명상은 좌선 시간 사이에 하기도 하고, 그 자체를 수행으로 삼아 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은 움직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앉아서 하는 수행이 중요한 만큼 일어나 걸을 때도 수행을 계속해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상 ·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 살아가는데, 이를 걷기 명상의 움직임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30분 좌선을 두 차례 하는 경우 사이에 10분의 걷기 명상을 권장합니다.

만트라 워크

맑은 마음과 건강한 몸을 위한 명상으로 만트라 워크가 있습니다. 걷기와 만트라(진언)를 같이 하는 수행입니다. 움직이면서도 깨어 있는 능력도 계발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수행입니다. 바쁜 도심 업무 중 쉬는 시간이나 등산 중 자연 속에서, 아니면 연못가 산책을 하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긴장을 풀고 잠시 산책을 나갈 시간은 은근히 많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영적 수행의 시간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만트라 워크는 어떻게 하나요?

걷기

숨이 차지 않으면서 대화를 나룰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느긋한 속도로 걷습니다. 지형이 평탄한지는 상관이 없으며, 호흡과 심박수에 여유가 있으면 좋습니다.

만트라(진언)

선불교의 명상에서 진언이란 생각을 끊어내는 기법입니다. 숭산스님 문하의 관음젠스쿨에서는 다양한 진언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관세음보살’ 진언을 외우면서 걷는 겁니다. 개개인 각자에게 필요한 지도를 받아야 하므로, 만트라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승의 조언을 구하시길 권고합니다. 걸으면서 진언을 염주로 셀 수도 있고, 계수기로 셀 수 있습니다.

만트라를 내면으로 조용히 계속 외우는 동시에, 발 디딜 곳과 주변, 자신의 숨결을 계속 지켜봅니다. 만트라와 걸음에 리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앞에 서면 멈춥니다. 초록불로 바뀌면 주변 차량을 확인하고 건넙니다. 새 소리, 자동차 소리가 맑게 들립니다. 누가 이름을 부르면 대답합니다. 이렇게 수행하면 맑은 마음이요, 맑은 만트라 워크입니다. 일터에서나 사회활동 속에서 만트라 워크는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선문답(공안 인터뷰)

공안(公案)은 고대 중국의 참선 수행자들이 나눈 대화에서 유래했습니다. 공안 인터뷰는 스승과 제자가 독대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이며, 스승은 제자가 공안의 핵심을 얼마나 체득했는지 점검합니다. 공안 · 선문답에 등장하는 질문과 대답, 언어와 대화는 사유를 통한 이해로는 범접할 수 없는 대화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선문답의 내용은 개념적으로 연구 · 분석할 대상이 아닙니다. 공안은 생각을 끊어 진실을 인지하고, 맑은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험적 가르침입니다. 공안 인터뷰는 참선 수행의 필수 요소이며, 안거/참선 기간에 진행합니다. 유명한 예로,

한 승려가 조주 선사께 여쭈었다. “개는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 답하시길, “무!”

이 문답이 공안입니다. 이 공안에 연계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에게는 불성이 있습니까?”

질문 자체가 공안일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 우주가 불타고 있다. 어떠한 삼매에 들면 불에 타죽음을 면하겠느냐?”

공안에 대한 짧은 논평이 글 · 시의 형태일 때도 있습니다. 어떤 공안은 1,500년이 넘었고, 어떤 공안은 스승이 인터뷰 도중에 즉석에서 만들기도 합니다. 선불교 문중 가운데에는 참선 도중에도 화두를 놓치지 않고 화두에 집중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우리 문중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 공안 수행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1) 수행의 올바른 방향, 즉 ‘오직 모를 뿐’을 유지한다. 2) 지혜가 나타나게 돕는다. 3) 수행자의 중심을 튼튼하게 만든다. 공안은 수행 정진 중에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러니 화두를 잡겠다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화두를 들어 잡기가 되니 안 되니, 안달을 내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진실하게 수행하면, 공안은 인터뷰 중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언젠가는 스스로 풀리게 됩니다.

공안 인터뷰에서는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있습니다. 절을 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처음 하시는 분은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이후에도 필요한 만큼 받으시면 됩니다.